"시저를 이해하기 위해서 시저가 될 필요는 없다." – Max Weber

2021/03/08

미나리

오랜만에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는군요. 1917 본 게 작년 2월인가 그랬고 이후 코로나 때문에 가질 않았으니 1년만인 것 같네요. 아직도 한창이긴 하지만 영화평이 워낙에 좋아서 그나마 사람 별로 없을 것 같은 아침 시간에 보고 왔습니다. 그래도 한 스무 분 정도 계시더군요. 입구에서 방문 확인하는 직원분이 약간 불친절해 보여서 좀 그랬고 관에 들어가 자리 찾아서 앉으니 옆에 분이 한 칸 옆으로 가시던데 이해는 되는데 난 내 자리 제대로 앉은 건데 살짝 기분 나쁘긴 했지만 뭐 넘어가고 영화는 아주 재밌게 잘 봤습니다.

미국에서 평이 굉장히 좋은 데다가 상도 많이 받고 외국어 영화상 문제로 약간 시끄러운 일도 있고 여기저기 화제가 많이 되는 것 같네요. 그런데 시기가 시기인 만큼 활동에 제약이 많아서 흥행에 가속을 못 붙이는 것 같아 약간 안타깝고 그렇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로마가 생각이 났었는데 이런 비슷한 영화들이 으레 그렇듯이 슴슴한데 어느 순간 보면 빠져들어 있고 그러네요.

영화는 80년대 미국의 작은 마을로 이사와 정착을 시작하는 가족을 보여주며 시작합니다. 무릇 우리네의 삶이 그렇듯이 사는 것도 팍팍하고 되는 것도 없고 주변엔 맨 다들 나 뜯어먹으려는 사기꾼들만 있는 것 같습니다. 크게 즐거운 일도 없고 타지에서 와서 이방인 처럼 주변과 섞이지 않으려는 모습이 이어지며 불안한 느낌을 살짝씩 쌓아가지만 어느 시점을 계기로 다시 한데 모여 사회 구성원으로서 주변으로 스며들어 가는 모습과 할머님의 지혜와 사랑의 상징을 보여주며 안정적으로 끝이 납니다.

영화를 보면서 배경이 미국이긴 하지만 시대상도 그렇고 우리 어머니 아버지 세대가 보시면서 예전 당신들 당시 기억도 떠올려보시고 많이 좋아하시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저와 같은 아래 세대들은 윤여정 선생님이 연기한 할머니를 보면서 나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떠오르지 않을까 합니다.

크래딧 올라오면서 나오는 노래는 엄마역으로 나온 한예리 씨가 직접 불렀다고 하네요. 잔잔히 흐르는 시냇물처럼 오랜만에 슴슴하고 느릿한 영화를 봐서 기분이 좋네요.


8/10 Dingdong brok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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